나의 예술선교

산재극단 와우뫼 연극공연'팍팍한 삶 희망 드립니다'

상담심리치료전문가 2015. 8. 23. 01:22

 

 

 

편집시각 2000년11월21일18시36분 KST 한겨레/문화생활/음악미술연극



[연극] '팍팍한 삶 희망 드립니다'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위하여!”

국내 유일의 산재극단인 와우뫼(대표 방선구)가 창단 5년째를 맞아 산재 환자뿐 아니라 장애인, 실직자, 노숙자들을 직접 찾아가 위문공연을 펼치며 이들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 전문극단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지난 4월 다일공동체의 초청공연에 이어 오는 27일께 예정된 경기도 광주 삼육재활센터에서의 공연은 바로 그런 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같은 처지로 고통받고 있는 산재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문공연을 주로 해왔다면 올해부터는 노숙자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인천 중앙병원에서 요양중인 산재환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만든 와우뫼는 지난 96년 5월 극단 한강이 산재환자를 주제로 한 연극을 제작하기 위해 취재차 병원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병원 게시판에서 `산재환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재활을 돕기 위해 연극배우를 모집한다'는 극단 광고를 보고 산업현장에서 몸을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부분 마비 증세를 보여온 환자들과 환자의 부인 등 30여 명이 지원했다. 이들 가운데 발성연습 등을 거친 정선화·백문자·고봉도·안병호·김명철씨 등 모두 10명이 창단 멤버로 뽑혔다. 창단 대표였던 정선화(59)씨는 “과로로 쓰러져 반쪽이 마비된 남편을 돌보면서 환자나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무대를 통해서라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해 10월 첫 작품으로 산업재해로 장애를 입은 총각과 그를 돌보는 간병인 노처녀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을 하고 결혼에 이른다는 줄거리의 창작극 <사랑은 절망을 넘어>를 근로복지공단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9월 10회 공연 때의 <연극만들기>란 작품에서는 병상에서 겪은 애환과 사랑을 경험한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 단원 모두 배역을 실제 이름과 같이 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와우뫼는 그동안 산재투병수기 시상식이나 산업재활전 등에서의 찬조공연을 주로 해오다 2년 전부터 근로자연극제에 참가할 정도로 연기력과 작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연극제에서는 악극 <여자의 일생>이란 작품으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씨를 비롯한 창단 멤버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주역으로 활약했다.

연출을 맡은 김명자(35·극단 아리랑 배우)씨는 “와우뫼의 무기가 휠체어를 타고 한 팔을 못쓰는 `장애'가 아니라 `작품'에 있음을 보여주려 했는데 특별상 수상에 그쳐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무대 뒤에서 와우뫼의 작품 기획과 섭외, 분장, 조명을 돕고 있는 기관단체로는 산재의료관리원 인천중앙병원과 근로복지공단, 한국척수장애인복지회 등이 있다. 와우뫼의 기획을 맡고 있는 한국척수장애인복지회 이형진(35) 부장은 “앞으로 와우뫼는 산재극단에서 한걸음 나아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전문극단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02)995-2004. 홍대선 기자hongds@hani.co.kr